지난 2004년 8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주)디디산업(가명)에서 근무하던 8명의 태국인 여성근로자에게 몸의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냄새로 인해 두통을 자주 느꼈으며, 어떤 근로자는 구토까지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부터인가 다리에 힘이 풀리는 증상이 시작됐다. 일어서기가 힘들 정도였고, 숟가락을 들거나 혼자 옷을 입기도 어려웠고 쉽게 넘어졌다. 그렇지만 이들은 코리안 드림을 위해 잠시 쉬었다가 괜찮아지면 다시 일을 했다.
이들이 다니던 회사는 노트북 컴퓨터의 부품 중 노트북 프레임을 생산하는 회사로 50명의 근로자가 일하는 사업장이었다. 태국 근로자 8명은 노트북 프레임을 출하 전에 약품을 사용한 수정검사를 통해 부품의 얼룩이나 때 등 이물질을 제거했다. 이 작업은 헝겊 따위에 약품을 적신 후 손으로 프레임을 닦는 단순한 작업이었다. 하루에 약 5천개 정도의 프레임을 4리터 이상의 약품을 이용해 세척했다. 작업은 보통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일을 했으며, 물량이 많을 때는 자정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수정검사는 청정실이라고 불리는 별도의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청정실은 너비 3.5m, 길이 85m, 높이 3m의 밀폐된 공간이었다. 청정실 내부는 양쪽으로 작업대가 놓여 있었고, 책상위로는 형광등이 줄지어 켜져 있었다. 사방이 온통 막힌 청정실의 천정과 벽면에는 소형 환풍기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작업대 위에는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공기가 빠져나갈 곳이 없어서 약품의 냄새가 심했지만, 8명의 태국 여성근로자들은 묵묵히 일할 뿐이었다.
이들이 만진 약품의 이름은 노말헥산(n-Hexane).
이들은 매일 손으로 만지는 액체가 무엇인지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고, 회사 역시 알려준 적도 없었다. 마스크나 보안경 등 개인보호구도 지급되지 않았다. 당연히 근로자들은 노말헥산이 얼마나 위험한 물질인지 생각지도 못했다.
2004년 11월경 8명 모두에게 보행 장애 등 심각한 증상이 발생되었으며, 마침내 2005년 1월. 태국 여성근로자 8명은 말초신경병증(팔다리가 마비되어 걷지 못하기 때문에 일명, 앉은뱅이 병이라고 불림)으로 판명됐다. 이들 근로자들이 노말헥산을
취급한 기간은 짧게는 4개월에서 길게는 32개월이었다.
이 문제는 우리사회에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문제와 화학물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집중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외국인 근로자들은 1년 6개월여의 입원과 통원치료를 마치고 이듬해 6월 태국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이들은 몸은 회복됐지
만 마음의 상처를 안고 코리안 드림의 꿈을 접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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